
 개발협력을 위한 AI : 글로벌 ODA 혁신을 위한 한국 디지털 역량의 전략적 활용
2026년 2월, 두 문건이 나란히 확정됐다. 99개 실행과제를 담은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과 AI를 ODA 독립 분야로 신설한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이다. AI 국가전략과 개발협력 전략이 처음으로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그러나 방향의 수렴이 성과의 보장은 아니다. 한국의 디지털 역량을 글로벌 ODA 혁신으로 어떻게 전환할 것인가. 그 실행 방안이 지금 요구된다. 전략의 수렴, 실행의 조건정부는 2026년 AI 예산을 9.9조 원으로 확대했다. 전년 대비 3배다. 제4차 ODA 기본계획은 AI를 원조의 도구가 아닌 독립 분야로 격상시키고, 수원국의 요청을 기다리는 수동적 방식 대신 한국의 강점을 먼저 기획·제안하는 제안형 ODA를 새로운 추진 방식으로 채택했다. 두 전략은 현재 서로 다른 속도로 작동하고 있다. AI 행동계획은 국내 전환에, ODA 기본계획은 해외 기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전략을 잇는 통합 실행체계가 없다면 정책 의도는 현장에서 분산된다. 실행의 조건은 바로 이 연결 고리의 설계에 달려 있다. MDB가 원하는 것, 한국이 가진 것월드뱅크는 2025년 개도국 AI 전략의 핵심으로 'Small AI'를 제시했다. 고가 인프라가 아닌, 모바일 기기에서 작동하는 저비용·목적 지향형 솔루션이다. 농업·보건·교육 현장에서 즉각 효과를 내는 접근법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반 조건으로 Connectivity·Compute·Context·Competency의 '4Cs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ADB는 2026년 350억~360억 달러를 스마트시티·디지털 인프라에 블렌디드 파이낸싱으로 투입할 계획이며, 기후 회복력·젠더 포용·사회보호에 AI를 접목하는 AI4D(AI for Development)를 개발협력의 새 언어로 채택했다. 그렇다면 한국이 가진 것은 무엇인가. 세종시·부산 에코델타시티의 스마트시티 실증 모델, ITU-T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은 플랫폼 기술,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전환한 세계 유일의 발전 경험이다. ADB가 최저가 낙찰에서 품질·지속가능성·현지 고용을 종합 평가하는 Merit Point Criteria로 조달 기준을 전환한 지금, 한국에게 유리한 경쟁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뀐 것이다. Small AI와 스마트시티: 실행의 접점월드뱅크의 Small AI와 K-스마트시티는 같은 목적지를 향한다. 개도국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솔루션이라는 점에서다. 보건 분야의 AI 진단 보조 앱, 공공행정의 AI 민원 플랫폼은 한국이 국내에서 이미 구축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협력국 맞춤형 이식이 가능한 자산이다. 다만 이 접점은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어떤 솔루션을, 어떤 국가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 것인가. 월드뱅크 4Cs의 'Context — 현지 데이터와 맥락'이 그 설계의 출발점이다. AI ODA 신설은 방향을 정했을 뿐이다. 협력국 맞춤형 설계가 뒤따르지 않으면, 기술 이식의 효과는 반감된다. 분산에서 통합으로아시아 스마트시티 인프라 시장은 2026~2030년 약 2,400조 원 규모다. 그러나 한국의 추진 체계는 기재부(EDCF)·외교부(KOICA)·국토부(K-City Network)·산업부로 분산돼 있다. 정보는 부처별로 끊기고, ADB 프로젝트 파이프라인에 조기 개입할 통합 창구가 없다. '예산은 집행하되, 수주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적 비효율이 반복된다. 제4차 기본계획의 시행기관 통합(41개 → 20개 이하)과 사업실명제 도입은 첫 응답이다. 그러나 더 필요한 것이 있다. KOICA·수출입은행·기재부가 ADB 파이프라인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TA(기술지원) 단계부터 한국 기업이 개입해 실질 수주로 이어지는 TA-to-Loan 전환 체계다. ADB 연차총회 'Business Opportunities Fair'에서 프로젝트 담당자와 관계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수주의 시작점이다. 입찰 공고 이후는 이미 늦다. 5대 실행 방안AI 기반 개발협력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다음의 실행 방안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K-AI-ODA 표준 패키지를 설계해야 한다. 월드뱅크 4Cs 프레임워크와 한국 AI 행동계획을 결합한 협력국 맞춤형 솔루션 — 보건 AI 진단·농업 스마트 모니터링·AI 행정 플랫폼 — 을 Turn-key + 10년 O&M 보증 모델로 표준화하는 것이다. 개별 기술 이식이 아닌 통합 패키지 방식이 협력국의 신뢰와 사업 지속성을 담보한다. 이와 함께 MDB 파이프라인 조기 개입 체계를 범정부 차원에서 제도화해야 한다. ADB의 Country Partnership Strategy(CPS)를 선제 분석하고, TA 단계부터 참여해 실질 수주로 연결하는 TA-to-Loan 전략이 그 핵심이다. 개입의 시점이 빠를수록 사업 설계에 한국 기술 기준을 반영할 여지가 커진다. 나아가 ADB-Korea AI·스마트시티 이노베이션 허브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 ADB와의 공동 운영으로 기술 교육·테스트베드·사전타당성 조사를 수행하는 협력 거점이다. 한국 기술표준이 ADB 내부 기준으로 채택되면 후속 사업의 시장 진입 조건이 근본적으로 바뀐다. 금융 구조도 갖춰야 한다. EDCF·수출입은행·KDB·민간 PE가 공동 출자하는 1조 원 규모의 스마트시티 전용 블렌디드 파이낸스 펀드를 조성해 ADB Loan과 Co-financing으로 연계해야 한다. 기술 협력의 지속성은 결국 금융 구조가 뒷받침할 때 비로소 담보된다. 마지막으로 젠더·기후 AI ODA 의제를 K-ODA의 핵심 축으로 통합해야 한다. ADB가 명시적으로 강조하는 젠더 포용형 AI 전략과 기후 스마트 농업 솔루션을 우리가 먼저 의제로 설계하고 제안할 때, 한국은 수동적 공여국에서 개발협력 의제를 주도하는 파트너로 전환할 수 있다. AI는 외교의 언어다월드뱅크 안나 비에르데(Anna Bjerde) 전무이사는 말했다. "AI가 개발의 가속도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그 혜택은 자동으로 분배되지 않는다." 그 분배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지금 한국에 주어진 역할이다. 한국은 AI 국가전략·K-ODA 기본계획·스마트시티 실증 역량이라는 세 가지 자산을 동시에 보유한 국가다. 표준 패키지·파이프라인 조기 개입·이노베이션 허브·블렌디드 파이낸스·의제 연계, 이 다섯 개의 실행 축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 AI 기반 개발협력은 정책 문서를 넘어 현장의 성과가 된다.
연대의 손길은 멈추지 않되, 그 방식은 더욱 정교하고 똑똑해져야 한다. AI는 수단이고, 개발협력은 목적이다. 대한민국의 경험이 세계의 자산이 될 때, 그 협력은 비로소 완성된다.
참고문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2026). 대한민국 인공지능행동계획 수립 추진현황. 국무회의 보고자료. 서울: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관계부처 합동 (2026).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 서울: 국무조정실. World Bank (2025). Digital Progress and Trends Report 2025: Strengthening AI Foundations. Washington, D.C.: World Bank Group. Asian Development Bank (2025). Asian Development Policy Report 2025: Harnessing Digital Transformation for Good. Manila: ADB. Asian Development Bank (2025). AIxADB 2025: Harnessing AI for Public Sector Innovation and Fiscal Resilience. Manila: ADB. World Bank (2026). World Development Report 2026: Artificial Intelligence for Development. Washington, D.C.: World Bank Group. OECD (2025). AI for Development Evaluation: Unlocking Better, Faster, Fairer Evidence. Paris: OECD Publishing. UNCTAD (2025). Technology and Innovation Report 2025: Inclusive Artificial Intelligence for Development. Geneva: United Nations. 국무조정실 (2025).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6~2030) 수립을 위한 공청회 결과. 서울: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2025).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가 결과. 서울: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2026). 2026년 K-City Network 해외실증형 사업 공모. 서울: 국토교통부.
[그림 1] 출처 : UNDP Kazakhstan | Digital Best Practices of the Republic of Korea — UNDP Central Asia Programme [그림 2] 출처 : The Korea Times | Global Development Partnership Week — Korea ODA Cooperation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6.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