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 경쟁의 시대, KOICA CTS·IBS는 왜 기술보다 사업설계를 먼저 묻는가혁신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지 문제와 실행체계의 정합성이다국제개발협력은 지금 또 한 번의 전환점 위에 서 있다. 기후위기와 보건 불평등, 교육격차와 디지털 전환의 비대칭이 동시에 심화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공공재원과 사업 집행 여건은 점점 더 정교한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기업에게 필요한 질문은 “우리 기술이 얼마나 새로운가”가 아니라 “제한된 공공재원과 현지 수요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연결해 더 큰 성과와 지속가능한 사업모델로 전환할 것인가”로 바뀌고 있다. KOICA의 Creative Technology Solution(CTS)과 Inclusive Business Solution(IBS)는 이러한 전환의 한가운데에서 기업의 혁신역량을 개발협력 현장과 연결하는 대표적 플랫폼이 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선정과 성과를 가르는 기준은 기술의 참신함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어떤 현지 문제를 어떤 구조로 해결하며 사업 종료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 남을 것인지를 설명하는 설계의 완성도에 있다. CTS와 IBS, 같은 민관협력이지만 묻는 질문은 다르다CTS와 IBS는 모두 민간기업의 역량을 개발협력에 연결한다는 점에서 같은 축 위에 놓여 있지만, 실제로 심사와 사업운영에서 요구하는 핵심 질문은 분명히 다르다. CTS는 예비창업가, 스타트업, 소셜벤처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개발도상국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실증 중심 프로그램이다. 반면 IBS는 기업의 사업전략과 개발협력을 결합해 저소득층(BOP)을 가치사슬 안으로 포함시키고, 고용·소득·서비스 접근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설계하는 사업이다. 결국 CTS가 “이 해법은 현지에서 검증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면, IBS는 “이 해법은 현지에서 시장과 운영 구조를 갖춘 사업으로 정착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 차이를 놓친 제안서는 실증이 필요한 사업을 과도한 사업화 언어로 포장하거나, 반대로 사업모델 검증이 필요한 과제를 단순 기술소개 수준에 머무르게 만든다. 기업이 다시 써야 할 것은 기술소개서가 아니라 문제정의서다실제 공모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한계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문제정의의 빈약함이다. 많은 기업이 자사의 솔루션, 특허, 기능, 차별성부터 설명하려 하지만, 개발협력 사업의 설득력은 언제나 “현지의 어떤 문제가 왜 지속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수요자는 누구인지, 기존 방식은 왜 충분하지 않았는지, 현지 제도와 시장 여건은 어떤 제약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제안하는 기술이 왜 그 맥락에서 유효한지에 대한 정량적·정성적 설명이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관련 연구가 CTS 사업의 주요 실패 요인으로 사전조사 부족과 부실한 사업설계를 지목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기술은 기능적으로 앞선 기술이 아니라, 현지 문제와 구조적으로 맞물리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이제 제안서의 첫 문장은 “우리는 이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가 아니라 “현지에서 이 문제가 왜 아직 해결되지 않았는가”가 되어야 한다. CTS는 실증의 설계이고, IBS는 지속가능성의 설계다바로 그렇기 때문에 CTS와 IBS는 문서의 언어부터 달라져야 한다. CTS 제안서에서는 기술의 작동조건, 실증 범위, 테스트베드 환경, 성과지표, 성공과 실패를 구분하는 기준, 시험성적과 인증, 현지 초기수용자 확보전략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반면 IBS 제안서에서는 수익구조, 현지 저소득층이 소비자·판매자·생산자 등으로 사업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매칭펀드 조달, 운영조직, 확장 가능성, KOICA 지원 종료 이후의 자립 구조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CTS가 “증명하는 문서”라면 IBS는 “지속시키는 문서”다. 따라서 CTS에 필요한 것은 기술의 현지 적합성을 보여주는 정교한 실증설계이고, IBS에 필요한 것은 공공성과 시장성을 함께 설명하는 사업모델의 설계다. 이 구분이 명확할수록 제안서는 심사 언어와 정합성을 갖게 되고, 반대로 이 구분이 흐릴수록 문서는 길어져도 메시지는 약해진다. 파트너십은 보유 여부가 아니라 역할 분담의 정밀도로 평가된다국제개발협력 사업에서 현지 파트너십은 더 이상 부속 문서가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은 여전히 MOU나 협력의향서의 숫자를 경쟁력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심사자가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파트너의 수가 아니라 실행구조의 밀도다. 누가 인허가를 담당하는지, 누가 현장 운영과 유지관리를 맡는지, 누가 유통과 수요자 접점을 관리하는지, 누가 데이터를 수집하고 성과를 검증하는지가 명확해야 한다. OECD가 정리한 한국의 민간협력 사례들 역시 성공적인 사업일수록 현지 정부, 교육기관, 기업, 중간지원조직 사이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배분되어 있었고, 그 관계가 단순 협조 수준이 아니라 사업구조 안에 내재되어 있었다고 보여준다. 결국 좋은 파트너십이란 많은 관계가 아니라, 책임과 기능이 분명한 관계다. 운영역량은 부차적 요소가 아니라 선정 가능성을 결정하는 본체다그러나 현지 문제를 잘 정의하고 파트너십을 잘 구성했다고 해서 사업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공공재원을 기반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기업은 기술기업인 동시에 집행기관으로서의 역량을 입증해야 한다. 이행보증 가능성, 재무 건전성, 예산의 타당성, 정산 대응력, 현지 규제 대응, 성과관리 체계, 내부 PMO 운영능력은 모두 심사의 일부다. 특히 IBS와 같이 중장기 사업화 구조가 중요한 프로그램에서는 매칭펀드 조달능력과 운영 지속가능성이 사실상 핵심 경쟁력으로 작동한다. 반면 초기 혁신기업이 이 부분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면, 기술은 좋아도 사업은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CTS·IBS 준비는 제안서 작성이 아니라, 기업 내부의 사업운영 체계를 다시 정비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성공사례가 증명한 것도 결국은 기술보다 설계였다성공사례는 종종 기술혁신의 성과로 설명되지만, 실제로 그 성과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현지에 맞게 작동시킨 사업설계의 완성도였다. 성과를 만든 사업들은 예외 없이 현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수요층을 명확히 설정하며, 실행 주체 간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단계적 확산전략과 측정 가능한 성과지표를 함께 갖추고 있었다. 기술은 출발점일 수 있지만, 사업의 지속성과 확장성은 기술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결국 현지 문제와의 정합성, 책임 있는 파트너십, 정량적 KPI, 후속 투자와 운영 경로가 함께 설계될 때 비로소 사업은 살아남는다. 다시 말해 성공사례의 공통분모는 ‘좋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이 현지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든 ‘좋은 구조’에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 설명이 아니라 더 정교한 실행체계다원조 환경이 복합위기에 직면할수록, 그리고 공공재원의 선택과 집중이 강화될수록, CTS와 IBS를 준비하는 기업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능 설명이나 더 화려한 혁신 담론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현지 문제와 수요를 정밀하게 해석하는 능력, 파트너십을 책임 구조로 전환하는 능력, 성과를 측정 가능한 지표로 설계하는 능력, 그리고 지원 종료 이후까지 이어질 운영과 확장 구조를 미리 제시하는 능력이다. PSE 제도개선 연구가 강조하듯 민간협력의 성패는 기업을 단순 수행주체가 아니라 공동 기획자이자 공동 성과책임자로 위치시키는 제도와 설계에 달려 있다. 결국 기업이 다시 써야 할 것은 기술소개서가 아니라, 공공성과 시장성, 현지성과 확장성을 하나의 논리로 묶어내는 사업설계서다. 결론KOICA CTS와 IBS는 혁신기술을 선발하는 프로그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정부와 공공이 방향과 구조를 설계하고, 기업이 기술과 운영역량을 결합해 현지에서 지속가능한 해법으로 전환하는 실행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공모 경쟁의 시대일수록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수사와 더 화려한 기술 언어가 아니라, 더 정교한 문제정의와 더 촘촘한 역할 분담, 그리고 더 설득력 있는 지속가능성 설계다. 바로 그 실행체계가 갖춰질 때, CTS와 IBS는 단순한 지원사업을 넘어 한국 기업이 국제개발협력 현장에서 신뢰받는 실행 파트너로 자리 잡는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얼마나 새로운 기술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얼마나 잘 연결하고 얼마나 지속가능하게 현지에 정착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참고문헌-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26).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26). 「Inclusive Business Solution Program(IBS)」.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26). 「2026-2027 혁신적 기술 프로그램(CTS) 공모설명회」.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26). 「2026-2027 Inclusive Business Solution(IBS) Program Information Session」. 성남: 한국국제협력단.
- OECD (2021). Korea’s Private-Sector Partnerships Working for Inclusive Education. Paris: OECD.
- 황윤정·김한나·김가형·유성상 (2024). 「국제개발협력에서 PSE(Private Sector Engagement)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연구: UN-민간기업 협력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 국제개발협력연구.
- 한국산학기술학회 (2024). 「KOICA CTS 프로그램 활용과 스타트업 성과 관련 연구」. 서울: 한국산학기술학회.
- KCI (2024). 「CTS 프로젝트 성공·실패 요인 분석 연구」. 서울: 한국학술지인용색인.
- C2CP 칼럼 (2026).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과 혁신적 재원조달」. 서울: C2CP.
[그림 1] 출처 : KOICA | '혁신기술 기반 개발협력' KOICA CTS 동영상 소개자료(2023) [그림 2] 출처 : Rikolto | ' 소규모 농가 공급망에서의 피트백 도구' Inclusive Business Scan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6.5.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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