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억 불 ADB 시장 본격진출 - KOICA MDB/UN 시장 진출기업 지원
: 원조 축소의 시대, 국제기구 조달시장이 한국 기업의 생존 무대가 되는 이유
오는 9월 21일, 필리핀 마닐라의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에서 Business Opportunities Fair(BOF) 2026이 개막한다. 2009년부터 이어져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이 행사는 컨설턴트, 시공사, 제조·공급업체, 그리고 정부기관까지 ADB 사업 참가를 원하는 모든 주체가 모여 발주 정보를 얻고 실무진과 일대일 미팅을 벌이는 '열린 수주 시장'이다. KOICA GearUp Global 중점지원기업 등 한국의 기관, 기업들이 이번 BOF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개발협력은 지금 사상 유례없는 위기 위에 서 있다세계 최대 공여기관이던 미국 국제개발처(USAID)는 지난해 7월 해체됐고, 미국의 원조 규모는 전년 대비 절반 이상(55.8%) 줄었다.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2025년 ODA는 실질 기준 23.1% 감소한 1,743억 불로, 집계가 시작된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영국(39%), 독일(27%), 프랑스(19%)도 삭감에 동참했다. '자국 우선주의' 바람 속에서 공여국들이 원조 예산을 국방과 국내 현안으로 돌리는 흐름은 이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구조적 현상이 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월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26~2030)을 확정하고 '혁신과 성과를 기반으로 보편적 가치와 상생을 실현하는 K-ODA'라는 비전을 내걸었다. 그러나 같은 해 편성된 2026년 예산에서 외교부 ODA는 전년 대비 약 22% 삭감됐고, KOICA 출연금도 1조 1,389억 원으로 줄었다. 이재명정부 국정과제와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 강조하는 개발과 산업의 선순환이 충분한 예산 뒷받침을 받지 못하는 형국이다. 예산이 줄면 국내 발주가 줄고, 기업의 진입 창구가 좁아진다이 삭감의 의미를 주목해야 한다. ODA 예산이 줄면 한국 기업이 참여할 KOICA 발주 사업 자체가 줄어든다. 그동안 KOICA 사업 수주를 해외 진출의 첫 관문으로 삼아온 중소·중견기업의 진입 창구가 그만큼 좁아지는 것이다. 자국 기업을 우대하는 공여국이 늘어나는 가운데, 국내 발주만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선택지는 점점 한정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은 길은 명확하다. 해외 ODA 조달시장, 즉 MDB와 UN 등 국제기구가 발주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은 연 2,000억 불(2024년 UN·MDB 기준) 규모로, 한국 기업의 수주는 4.2억 불, 점유율 0.65%에 불과하다. 아시아 최대 다자개발은행인 ADB는 개도국 회원국에 연평균 300억 불 이상의 지원을 공여하며, 최근 집계 기준 연간 1만 1천여 건, 약 80억 불 규모의 조달 계약을 체결한다. 독일, 영국, 일본 등 주요 공여국은 민간참여(PSE) 제도를 활용해 자국 기업의 국제기구 진출을 사실상 국가 산업 전략으로 키워 왔다. 원조가 줄어드는 시대일수록 '누가 국제 조달시장을 더 많이 차지하느냐'의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진다. 한국 기업의 MDB/UN 진출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GearUp Global은 '정보 제공'에서 '수주 성과'로 설계를 바꿨다KOICA는 이 전략적 판단을 실행으로 옮겼다. 기존 정보·교육 제공 방식을 넘어 수주 성과를 내는 '실행형 플랫폼'으로 전환한 GearUp(기어업)의 해외 축인 GearUp Global(舊 KODABIZ)이 그것이다. 중점지원기업의 애로사항은 ▲현지 파트너·컨소시엄 구성 어려움(77%) ▲기술제안서 작성 역량 부족(73%) ▲발주기관 요구사항 이해 부족(68%) ▲사업기회 발굴·정보 접근 어려움(64%) 순으로 집계됐다. 이를 반영한 지원 체계는 기업별 로드맵 수립과 MDB 사업 파이프라인 분석을 결합한 Opportunity Review, 전담 컨설턴트의 월 1회 맞춤 컨설팅, MDB·UN 전문가 풀을 활용한 연 2회 심층컨설팅, EOI/Proposal 작성을 돕는 Pair Review가 그것이다. 여기에 전국 10개 국제개발협력센터와 MDB·UN 한국인 전문가 그룹, 47개국 KOICA 해외사무소와 공조하여, 정보 제공은 물론 현지 발주처와의 연결까지 지원한다. ADB BOF 2026, 지원 프로그램의 진가가 발휘되는 첫 무대올해 BOF는 21일 사전행사로 시작해 에너지, 교통, 수자원, 농업 등 섹터별 부스가 일찍 문을 열고, 22~23일 본행사에서는 ADB 부문 전문가 및 조달 전문가와의 1:1 미팅과 네트워킹이 이어진다. 24일에는 입찰서류 이해, Merit Point 평가 기준, 신 Safeguards 정책(ESF), 분쟁해결 등 조달 역량 교육이 진행된다. 행사 전에는 Opportunity Review를 통해 기업별로 접근할 섹터와 발주처를 선정하고, 행사 중에는 GearUp PM과 전문가가 동행해 실무진 미팅을 지원하며, 행사 후에는 확보한 발주 정보를 제안서 작성과 후속 미팅으로 연결하는 '전-중-후' 전 과정이 프로그램 안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KOICA는 2026년 ADB BOF를 시작으로 2027년에는 IDB PPP Americas, AfDB KOAFEC 등 다른 다자개발은행 행사로 확장을 예고하고 있다. 선진 공여국은 제도와 인재, 운영 체계를 함께 묶어 지원한다국제기구 무대에서 선발주자들의 지원 방식은 한국에 시사점을 준다. 일본은 JICA가 150개국 이상에서 ODA 사업을 전개하며 국내 사무소와 해외 약 100개 거점을 활용해 민관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전방위 지원한다. 유럽 주요국의 사절단은 BOF 개최 시즌마다 정부 기관이 참가 기업을 선별하고 사전 브리핑과 현지 네트워킹까지 조직한다. 기술과 금융을 묶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도와 인재, 운영 체계를 함께 묶어 지원한다는 공통점이 드러난다. 이 비교는 한국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GearUp Global은 '무엇을 묶어 제안할 것인가'에 강한 반면, '어떻게 현지에 내재화하고 후속까지 관리할 것인가'는 이제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실행형 지원의 일관성과 현장 밀착을 얼마나 오래 지켜내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다. 기어를 올리는 순간, 2,000억 불 시장은 더 이상 남의 시장이 아니다정부의 역할을 분명히 제언한다. 첫째, KOICA는 예산 삭감 와중에도 GearUp과 같은 실행형 지원의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 단발성 행사 지원이 아니라 로드맵부터 수주까지 이어지는 파이프라인으로 관리해야 한다. 둘째, 외교부와 기획재정부는 2027년 IDB·AfDB 등 행사 확장을 뒷받침하고, PSE 형태의 금융·보증 수단을 확대해 국제기구 진출 기업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셋째, 2026~2027년 연간 4,000만 불이라는 목표를 넘어, 반복 가능한 수주 모델 자체를 공공재로 축적해야 한다. 기업의 숙제도 함께 강조되어야 한다. 국내 발주만으로는 더 이상 기업의 ODA 진출을 담보할 수 없다. 원조 축소의 시대일수록 지원 프로그램은 그것을 활용하는 기업의 준비도와 만날 때 비로소 성과가 된다. [그림 1] 출처 : 아시아개발은행(ADB)| ADB 마닐라 본부 전경 [그림 2] 출처 : 아시아개발은행(ADB)| ADB BOF 2026 공식배너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6.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