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도시개발과 국제원조 전략: 한국의 새로운 기회
필리핀은 급속한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심각한 도시문제에 직면해 있다. 마닐라를 중심으로 한 교통 혼잡, 주거 취약성, 인프라 노후화는 국가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다양한 국제원조기관들이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경쟁하고 있다. 본 칼럼에서는 필리핀의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을 둘러싼 국제원조 전략을 비교분석하고, 이 시장에서 한국이 어떤 대응전략을 마련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필리핀 도시문제와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중요성필리핀은 연간 2% 이상의 도시화율을 보이며, 전체 인구의 약 45%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마닐라 메트로폴리탄 지역은 과밀화, 교통 혼잡, 홍수 취약성 등의 문제로 매년 약 3.5조 페소(약 7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겪고 있다. 이러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필리핀 정부는 뉴클락시티(New Clark City) 등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단순한 기술 집약적 도시가 아닌 "기술, 지속가능성, 거버넌스가 결합된 혁신 도시"로 정의한다. 이러한 개념은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에서 특히 중요하며, 기술 도입뿐 아니라 사회적 포용성과 시민 참여가 결합되어야 한다. 아시아 지역 스마트시티 사례를 분석하면서 도시 포용성과 사회적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필리핀 뉴클락시티: 국제 원조기관들의 경쟁 현장뉴클락시티는 마닐라의 과밀화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타를라크 주에 개발 중인 대표적인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이다. 약 9,450헥타르 규모의 이 도시는 정부 행정구역, 산업단지, 친환경 주거지역 등으로 구성되며, 기후 회복력과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연구보고서에서 필리핀 클락 스마트시티 사업을 분석하며, 한국 정부 지원사업의 신뢰성과 도시개발 계획의 단계적 접근이 중요한 성공요인임을 강조했다. 뉴클락시티 개발에는 다양한 국제원조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 ADB(아시아개발은행): 기반시설 재정지원 및 PPP(민관협력) 모델 개발
- JICA(일본국제협력기구): 장기 교통계획 및 기술표준화 중심의 지원
- KOICA(한국국제협력단): 타당성 조사 및 디지털 모빌리티 협력
- 중국: BRI(일대일로 이니셔티브) 연계 상업적 투자
이러한 원조기관들은 각자의 전략적 목표와 접근방식에 따라 차별화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과정에서 현지 맥락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다층적인 접근방식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주요 공여기관별 도시개발 전략 비교UN-Habitat: 포용적 도시계획UN-Habitat는 도시계획의 포용성과 커뮤니티 중심 접근을 강조한다. 2020년 세계도시보고서에서는 지속가능한 도시화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도시계획에 있어 모든 사회계층을 포용하는 접근법을 권고했다. ADB: 인프라 중심 PPP 모델ADB는 '필리핀 도시 부문 평가·전략·로드맵'(2021)을 통해 인프라 재정, PPP 모델, 지방정부 역량강화 등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특히 뉴클락시티의 정부 금융센터, 스마트 교통시스템 등에 집중 투자하며, 지속가능한 도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 및 기술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JICA: 장기 교통계획 및 기술표준화JICA는 필리핀 도시개발에 있어 장기적 교통계획과 기술표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마닐라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교통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구축을 지원하며, 최근에는 MMDA(마닐라 수도권 개발청)와 협력하여 교통관리 역량 강화를 위한 3년간의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도시 교통 인프라의 현대화와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 BRI 연계 상업적 투자중국은 BRI를 통해 필리핀 도시개발에 상업적 투자를 확대해 왔다. 특히 교통 인프라, 에너지, 산업단지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으나, 최근 필리핀 정부는 중국의 BRI 프로젝트에서 일부 철수를 선언했다. 이는 해양 분쟁 등 정치적 요인과 함께, 자금 조달 지연 등 실행 측면의 문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전략적 대응: 차별화된 스마트시티 접근법개발도상국에서의 원조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지 맥락과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해외진출은 단순한 기술 수출이 아닌 현지화(localization)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은 필리핀 도시개발 시장에서 다음과 같은 차별화된 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 1. 한국형 스마트 기술 솔루션한국은 RTK(Real-Time Kinematic) 위치기반 기술, 스마트 교통시스템, 디지털 모빌리티, 스마트 에너지 관리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필리핀의 교통 혼잡, 에너지 비효율, 도시 서비스 접근성 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2024)의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스마트 모빌리티 기술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필리핀과 같은 급속 도시화 국가에 적합하다. 2. 민관협력 모델 확대한국의 K-water,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협력 모델을 필리핀 도시개발에 적용할 수 있다. 이미 KOICA는 CTS(Creative Technology Solution)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과 연계한 혁신적인 ODA 모델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필리핀 도시개발에 확대 적용할 수 있다. 한국수출입은행(2023)은 '해외 인프라 개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기업의 필리핀 도시개발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3. 지역사회 참여 기반 접근한국의 새마을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역사회 참여 모델은 필리핀의 도시 재생 및 커뮤니티 개발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비공식 정착지 개선, 도시 취약계층 지원 등에 있어 지역주민의 참여를 통한 상향식 개발 접근이 효과적일 수 있다. ODA 주요 협력국 스마트시티 조성 지원 방안 연구에서 필리핀의 지역 커뮤니티 기반 도시개발 모델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4. 국제기구와의 연계 협력한국은 ADB, UN-Habitat 등 국제기구와의 연계를 통해 필리핀 도시개발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특히 공동 펀딩, 기술협력, 지식공유 등을 통해 단독 접근보다 효과적인 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5. ESG 및 SDG 정합성 강화기후변화 대응, 사회적 포용성, 거버넌스 투명성 등 ESG 요소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도시개발 전략에 통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개발 규범에 부합하는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다. 한-아세안 스마트시티 개발협력 유형 분석 연구에서 필리핀의 경우 ESG 요소를 강화한 지속가능한 스마트시티 모델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결론 및 시사점필리핀은 급속한 도시화와 기후변화로 인한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국제원조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뉴클락시티와 같은 대규모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한국의 기술력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중요한 플랫폼이다. 한국은 스마트시티 기술, 민관협력, 지역사회 참여 기반의 차별화된 접근법을 통해 필리핀 도시개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수출이나 자금 지원을 넘어, 현지 맥락을 이해하고 필리핀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향후 필리핀 도시개발 분야에서 한국의 공공-민간 협력을 촉진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지역사회 참여형 개발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한국의 국제개발협력에 새로운 모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Caragliu, A., Del Bo, C., & Nijkamp, P. (2011). Smart cities in Europe. Journal of Urban Technology, 18(2), 65–82. Bilgili, F., & Göksel, A. (2022). Urbanization and social inclusion: Lessons from sustainable city initiatives in Asia. Cities, 122, 103559. Pieterse, E. (2011). Grasping the unknowable: Coming to grips with African urbanisms. Social Dynamics, 37(1), 5–23. Sumner, A. (2014). Global poverty and the new bottom billion: What if three-quarters of the world's poor live in middle-income countries?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Brief. UN-Habitat. (2020). World Cities Report 2020: The Value of Sustainable Urbanization. Nairobi: United Nations Human Settlements Programme. Asian Development Bank (ADB). (2021). Philippines: Urban Sector Assessment, Strategy, and Road Map. Manila: ADB. JICA. (2025). JICA and MMDA commence a project on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s in Metro Manila. JICA Press Release. 방설아 & 이광복. (2022). 스마트도시 해외진출 성과제고 방안: 필리핀 클락 사업사례를 중심으로. 국토연구원. 김현철 & 이종화. (2023). 한국 스마트시티의 해외진출 전략 연구: 아세안 지역을 중심으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토교통부. (2024). 2024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전략보고서.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정우성 & 최경식. (2022). ODA 주요 협력국 스마트시티 조성 지원 방안 기본 연구. 한국국제협력단. 방설아 & 이상. (2021). 한-아세안 스마트시티 개발협력 유형 분석과 시사점. 국토연구원. 한국수출입은행. (2023). 필리핀 국가협력전략. ODA KOREA. Edward, P., & Sumner, A. (2014). Estimating the Scale and Geography of Global Poverty Now and in the Future: How Much Difference Do Method and Assumptions Make? World Development, 58, 67-82. World Bank. (2023). Fostering Competitive, Sustainable and Inclusive Cities in the Philippines. Washington DC: World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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