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미경제통합은행(CABEI)과 한국: 중남미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다
서론: CABEI, 중미 지역 개발의 핵심 동력
중미경제통합은행(Central American Bank for Economic Integration, CABEI/BCIE)은 1960년 중미 4개국(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이 지역 균형 개발과 경제통합을 목적으로 설립한 다자 지역개발은행이다. 현재 15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중미 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금융기구로 성장한 CABEI는 중미와 카리브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은 2020년 1월 CABEI의 15번째 회원국이자 7번째 역외 회원국으로 가입하여 새로운 협력의 장을 열었다. 이는 한국의 경제협력 지역 다변화와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한국이 4억 5천만 달러(약 7.6% 지분)를 출자하며 확보한 영구이사국 지위는 중남미 지역에서 한국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CABEI의 현황과 특징
조직 구조와 회원국 현황
CABEI는 현재 총 15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내 회원국은 온두라스,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 벨리즈, 도미니카공화국 등 8개국이며, 역외 회원국은 대만,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스페인, 쿠바, 한국 등 7개국이다.
CABEI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중미 지역에 특화된 다자개발은행으로서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필요를 깊이 이해하고 있다. 둘째, 인프라와 에너지 분야에 전체 지원의 70%를 집중하여 지역의 연결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셋째, 공공과 민간 부문을 모두 지원하는 종합적인 개발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주요 사업 분야와 전략
CABEI의 주요 사업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인프라 개발: 교통, 통신, 에너지 등 경제성장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 구축
- 에너지: 재생에너지 및 전력망 확충을 통한 에너지 안보 강화
- 사회개발: 보건, 교육, 주거 등 사회 인프라 개선
- 환경: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환경보호 프로젝트
- 생산부문: 농업, 제조업, 관광업 등 생산성 향상 지원
- 금융: 중소기업 및 금융시장 발전 지원
CABEI의 전략적 목표는 지속가능한 지역개발 과정에서의 주도적 역할 강화, 지역사회개발 및 경제통합 촉진, 그리고 역외 국가와의 협력을 통한 개발재원 확보이다.
한국의 CABEI 참여: 전략적 의미와 성과
가입 배경과 과정
한국의 CABEI 가입은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에 이은 제3의 경제협력 축으로서 중남미 지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2018년 2월 한국 정부가 CABEI 역외회원국 가입의향서를 제출한 이후, 2019년 12월 정식 가입이 승인되었고, 2020년 1월부터 공식 회원국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은 총 4억 5천만 달러의 자본금으로 CABEI 지분 7.6%를 확보하여 역외 국가 중 대만(11.62%) 다음으로 2위의 지분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21년 8월부터 영구이사국 지위를 획득하여 CABEI 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CABEI 협력 메커니즘
한국과 CABEI 간의 협력은 다층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 한국신탁기금(Korea Trust Fund, KTF)
2020년 한국이 설립한 5천만 달러 규모의 단일 기부자 신탁기금으로, CABEI 역사상 최초의 단일 기부자 신탁기금이다. KTF는 다음 분야에 집중한다:
- 기후변화 적응 및 완화
- 에너지, 사회 및 생산 인프라
- 금융 서비스
- 보건의료
- 화물 및 여객 운송
- 수자원 공급 및 위생
- 정보통신 기술(ICT)
- 교육
2. 협조융자 및 공동 프로젝트
- 2017년 기획재정부와 CABEI 간 1억 달러 협조융자 협약 체결
- 대외경제협력기금(EDCF)과 CABEI 간 협력을 통한 중미 지역 개발사업 지원
- 한-CABEI 협력기금을 통한 다양한 개발 프로젝트 추진
3. 기술협력 및 지식공유
- 한국의 발전 경험과 기술을 중미 지역에 전수
- 스마트시티, 디지털 정부, 그린에너지 등 한국의 강점 분야 협력
- 정보보호 및 사이버보안 분야 협력 강화
주요 협력 성과
1. 인프라 개발 협력
- 엘살바도르 철도사업: CABEI 한국신탁기금을 활용한 타당성 연구 지원
- 산호세 광역철도: 코스타리카 정부와 CABEI가 추진하는 교통 인프라 프로젝트에 한국 기술 및 경험 제공
- 중미 지역 스마트시티 개발: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경험을 활용한 도시개발 프로젝트
2. ICT 및 사이버보안 협력
2024년 11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CABEI 간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되었다. 이를 통해:
- 중미 지역 사이버보안 역량 강화 지원
- 한국 보안기업의 중남미 진출 지원
- 정보보호 해외진출 전략거점 운영 (2019년부터 CABEI 코스타리카 지역사무소 내 설치)
3. 보건의료 협력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CABEI는 2021년 아시아 시장에서 총 1억 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백신 채권」을 발행했으며, 한국이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미 지역의 방역 체계 구축을 지원했다.
한국 기업의 CABEI 활용과 중남미 진출
진출 기회와 분야
CABEI를 통한 한국 기업의 중남미 진출 기회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1. 인프라 건설
- 교통 인프라: 철도, 도로, 항만, 공항 건설
- 에너지 인프라: 발전소, 송배전, 재생에너지 시설
- 통신 인프라: 5G, 광케이블, 데이터센터
2. 스마트시티 및 ICT
- 디지털 정부 구축
- 스마트 교통 시스템
- IoT 및 빅데이터 활용 도시관리 시스템
3. 환경 및 에너지
-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 환경오염 방지 시설
- 폐기물 처리 시설
4. 보건의료
- 의료기기 및 장비
- 병원 정보시스템
- 원격의료 솔루션
진출 전략과 성공요인
1. 현지화 전략
중남미 시장의 특성상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 및 기술제휴
- 현지 인력 채용 및 교육
- 현지 문화와 비즈니스 관행에 대한 이해
2. 금융 지원 활용
- CABEI 자금과 한국의 EDCF, 수출신용 등을 연계한 금융 패키지 구성
- 한국신탁기금(KTF)을 활용한 사전 타당성 조사 및 기술지원
- 한국 금융기관과 CABEI 간 협조융자 활용
3. 기술 경쟁력 확보
- 중남미 지역의 특수한 환경(지진, 허리케인 등)에 적합한 기술 개발
- 지속가능성과 환경 친화성을 고려한 솔루션 제공
- 디지털 전환과 4차 산업혁명 기술 접목
도전과제
1. 시장 진입 장벽
- 언어 및 문화적 차이
- 복잡한 규제 환경
- 기존 유럽 및 미국 기업들과의 경쟁
2. 정치적 리스크
-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정책 변경 위험
- 환율 변동 리스크
- 계약 이행의 불확실성
3. 자금 조달의 어려움
- 높은 금리와 까다로운 담보 요구
- 현지 금융시장의 제약
- 장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복잡성
CABEI 한국사무소: 협력의 새로운 허브
설립 배경과 의미
2022년 7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에 개소한 CABEI 한국사무소는 한국과 중미 지역 간 경제협력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CABEI가 역외 회원국에 설치한 최초의 지역사무소로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 한국과 중미 지역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플랫폼 역할
- 한국 기업의 중남미 진출 지원 및 컨설팅 제공
- CABEI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제공 및 참여 지원
- 양 지역 간 금융협력 강화
주요 기능과 역할
CABEI 한국사무소는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
- 프로젝트 발굴 및 개발: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CABEI 프로젝트 발굴
- 정보 제공: CABEI 사업 정보 및 중미 시장 동향 제공
- 네트워킹: 한국 기업과 중미 지역 파트너 간 연결고리 역할
- 기술협력: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중미 지역에 전파
- 금융상품 개발: 한국 금융기관과 CABEI 간 협력상품 개발
미래 발전 방향과 전략적 제언
1. 협력 분야 확대
디지털 전환 가속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디지털 전환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 전자정부: 한국의 전자정부 경험을 중미 국가에 전수
- 핀테크: 금융포용성 확대를 위한 핀테크 솔루션 도입
- 농업 디지털화: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농업 생산성 향상
그린뉴딜 협력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그린뉴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 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확대
- 그린 인프라: 친환경 건축 기술 및 녹색 교통 시스템 도입
- 탄소중립: 탄소 포집 및 저장 기술, 친환경 산업단지 조성
2. 금융협력 심화
혁신적 금융상품 개발
- 그린본드: 환경 프로젝트를 위한 그린본드 공동 발행
- 블렌디드 파이낸스: 공적 자금과 민간 자본을 결합한 혁신적 금융구조 개발
- 임팩트 투자: 사회적 가치 창출과 재무적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확대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
- 정치적 리스크 보험: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한 손실 보상 체계 구축
- 환율 헤지: 환율 변동 리스크 완화를 위한 금융상품 개발
- ESG 평가: 환경·사회·거버넌스 요소를 고려한 투자 평가 체계 도입
3. 인적교류 및 역량강화
전문인력 양성
- CABEI 장학금 프로그램: 중미 지역 인재의 한국 유학 지원
- 기술연수: 한국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중미 지역에 전수
- 인턴십 프로그램: 상호 인턴십을 통한 실무 경험 공유
지식 플랫폼 구축
- 한-중미 개발협력 포럼: 정기적인 고위급 대화 채널 구축
- 온라인 플랫폼: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지속적인 지식공유
- 모범사례 데이터베이스: 성공적인 협력 사례의 체계적 축적 및 공유
4. 다자간 협력 강화
타 개발금융기관과의 협력
- IDB(미주개발은행): 중남미 지역에서의 공동 프로젝트 추진
- CAF(라틴아메리카개발은행): 남미 지역으로의 협력 확장
- 세계은행: 글로벌 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공동 노력
다자간 이니셔티브 참여
- UNIDO: 산업개발 분야에서의 삼각협력
- UNDP: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을 위한 협력
- IFC: 민간부문 개발 촉진을 위한 공동 투자
결론: 상생과 번영을 향한 동반자적 협력
CABEI와 한국의 협력은 단순한 금융 투자나 기업 진출을 넘어서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다. 이는 한국의 개발 경험과 기술력, 그리고 중미 지역의 성장 잠재력이 만나 상호 번영을 추구하는 협력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CABEI를 통해 다음과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첫째, 경제협력의 지역적 다변화를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이다. 둘째, 한국 기업의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안정적인 플랫폼 구축이다. 셋째, 한국의 개발 경험과 기술을 활용한 국제적 위상 강화이다.
동시에 중미 지역 국가들은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인프라 개발, 기술 혁신, 인적자원 개발 등 다방면에서 발전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한국의 압축성장 경험과 디지털 혁신 노하우는 중미 국가들의 발전 전략에 유용한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앞으로 한국과 CABEI의 협력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첫째,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전환에 맞는 혁신적 협력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그린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반한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CABEI와의 협력은 한국이 추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역할을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동시에 중미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경제통합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협력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생의 협력을 통해 한국과 중미 지역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CABEI와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의 대륙인 중남미에서 더 큰 기회를 창출하고, 글로벌 개발협력의 모범적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 인류 공동의 번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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