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AIIB와 한국 정부 및 기업: 전략적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
서론: AIIB와 한국의 전략적 위치2016년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중국이 주도하는 다자개발은행(MDB)으로, 현재 109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금융기구로 성장했다. 한국은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지분율 5위(3.81%), 영구이사국 지위를 확보하며 AIIB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지금까지 가입한 다자개발은행 중 가장 높은 순위로,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AIIB는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전략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개발을 통해 역내 연결성 강화와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다. 2024년 현재 AIIB는 총 236건, 451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승인하였으며, 교통, 에너지, 도시개발, 수자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의 AIIB 참여는 단순한 금융 투자를 넘어 아시아 지역에서의 외교적 영향력 확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 확보,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라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특히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균형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AIIB 활용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AIIB의 현황과 특징조직 구조와 거버넌스AIIB는 총회, 이사회(12개국 영구이사국), 총재, 부총재(5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국이 지분율 30.34%(투표권 26.06%)로 최대 출자국이며,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AIIB는 기존 서구 주도의 다자개발은행과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첫째, '린(Lean), 클린(Clean), 그린(Green)' 원칙을 표방하며 효율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지향한다. 둘째,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지속가능한 개발을 추구한다. 셋째, 기존 다자개발은행과의 협조융자를 통해 국제 표준을 준수하려 노력한다. 주요 사업 분야와 성과AIIB의 주요 투자 분야는 교통(도로, 철도, 항만), 에너지(전력, 신재생에너지), 도시개발, 수자원, 디지털 인프라 등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한 개발을 중시하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AIIB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지구적 범위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건 분야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또한 기존 MDB인 세계은행, ADB, EBRD 등과의 협조융자 비율이 높아 국제 협력을 통한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AIIB 참여 현황과 성과정부 차원의 참여한국은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면서 초기 자본금 1,000억 달러 중 약 37억 달러를 출자하여 지분율 5위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12개국으로 구성된 영구이사국 지위를 획득했으며, 초대 부총재직도 한국이 담당했다. 한국 정부는 AIIB와의 협력을 통해 다음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 금융협력 확대: 한국산업은행이 AIIB와 함께 총 10억 달러 규모의 '신흥 아시아 펀드'를 조성하여 아시아 신흥국 인프라 투자에 참여했다. 지식공유 및 인적교류: AIIB 내 한국 직원은 전체 454명 중 국장급 2명을 포함 총 24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파견하고 있다. 정책대화 강화: 정기적인 고위급 대화를 통해 아시아 인프라 개발 전략과 정책 방향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AIIB 프로젝트 참여한국 기업의 AIIB 프로젝트 참여는 초기에는 제한적이었으나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요 성공 사례는 다음과 같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 조지아 넨스크라 수력발전 사업: AIIB가 한국 기업 참여 프로젝트에 대해 처음으로 8,700만 달러의 융자를 지원한 사례이다. 이는 AIIB와 한국 기업 간 협력의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LS전선 방글라데시 전력케이블 프로젝트: AIIB가 설립 후 최초로 승인한 차관 프로젝트에서 LS전선이 4,600만 달러 규모의 전력케이블을 수주했다. 금융기관 협력: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한국 금융기관이 AIIB와 협조융자 및 공동투자를 통해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AIIB 활용의 기회와 도전기회 요인아시아 인프라 시장 확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2030년까지 연간 1.7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 AIIB는 이러한 거대한 시장에서 중요한 자금 공급원 역할을 한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확대: AIIB를 통한 협력은 한중 간 경제관계 발전과 동북아 경제협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 신시장 진출 기회: AIIB 프로젝트를 통해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아프리카 등 한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진출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한 접근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기술력 활용: 한국의 우수한 인프라 기술(스마트시티, 신재생에너지, 교통 시스템 등)을 AIIB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도전 요인중국 기업과의 경쟁: AIIB 프로젝트에서 중국 기업들이 강력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의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갈등 심화로 인해 AIIB 참여가 한미관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투명성 및 표준 이슈: 일부 AIIB 프로젝트에서 환경·사회적 표준이나 투명성 문제가 제기되어 한국 기업의 참여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 리스크: 신흥국 프로젝트의 특성상 정치적·경제적 리스크가 높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 정부의 전략적 대응 방안1. 다층적 협력 체계 구축한국 정부는 AIIB와의 협력을 단순한 금융 참여를 넘어 다층적 협력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 정책 협력: 아시아 인프라 개발 전략, 지속가능한 개발, 디지털 전환 등 분야에서 정책 대화를 강화한다.
- 기술 협력: 한국의 스마트시티, 그린에너지, 디지털 인프라 기술을 AIIB 프로젝트에 적극 도입한다.
- 인적 교류: AIIB 내 한국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핵심 보직 진출을 통해 영향력을 강화한다.
2. 국내 금융기관과의 협력 확대한국 정부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한국개발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AIIB 간의 협력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 협조융자 확대: 기존 '신흥 아시아 펀드'와 같은 공동투자 모델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한다.
- 리스크 분담: 신흥국 프로젝트의 높은 리스크를 한국 금융기관과 AIIB가 공동으로 분담하는 구조를 개발한다.
- 금융 상품 개발: AIIB 프로젝트에 특화된 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여 한국 기업의 참여를 지원한다.
3. 기업 지원 체계 강화정부는 한국 기업의 AIIB 프로젝트 참여를 위한 종합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정보 제공: AIIB 프로젝트 정보를 조기에 수집하여 관련 기업에 제공하는 체계를 강화한다.
- 역량 강화: 국제 입찰, 프로젝트 관리, 현지 파트너십 구축 등에 대한 기업 교육을 확대한다.
- 컨소시엄 구성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 간 컨소시엄 구성을 적극 지원한다.
4. 전략적 분야 집중한국 정부는 AIIB와의 협력에서 한국이 비교우위를 갖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 스마트시티: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경험을 AIIB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활용한다.
-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풍력, 수소에너지 등 한국의 그린에너지 기술을 AIIB 에너지 프로젝트에 접목한다.
- 디지털 인프라: 5G, IoT, 빅데이터 등 한국의 ICT 기술을 AIIB 디지털 전환 프로젝트에 활용한다.
한국 기업의 AIIB 활용 전략1. 현지화 전략 강화한국 기업들은 AIIB 프로젝트 참여 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 - 현지 파트너십: 프로젝트 대상국의 현지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현지 이해도와 네트워크를 확보한다.
- 기술 이전: 단순한 수출이 아닌 기술 이전과 현지 생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협력 모델을 구축한다.
- 인력 현지화: 현지 인력 채용과 교육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한다.
2. 중국 기업과의 협력 모색경쟁만이 아닌 협력을 통한 윈-윈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 기술 보완: 한국의 첨단 기술과 중국의 자본력, 시공 능력을 결합한 협력 모델을 개발한다.
- 시장 분할: 한국 기업은 고부가가치 분야에, 중국 기업은 대규모 시공 분야에 집중하는 협력 구조를 모색한다.
- 제3국 협력: 양국 기업이 함께 제3국 시장에 진출하는 삼각 협력 모델을 추진한다.
3. ESG 경영 강화AIIB가 강조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부응하기 위해 ESG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 환경 친화적 기술: 친환경 기술과 솔루션을 적극 개발하여 AIIB의 그린 투자 정책에 부합한다.
- 사회적 책임: 현지 사회와의 상생을 추구하는 사업 모델을 개발한다.
- 투명한 거버넌스: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을 실천한다.
4. 금융 솔루션 활용한국 기업들은 AIIB 프로젝트 참여 시 다양한 금융 솔루션을 활용해야 한다: - 협조융자 활용: AIIB와 다른 MDB 간 협조융자를 활용하여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한다.
- 무역금융 연계: 수출신용보험, 수출금융 등 국내 무역금융과 AIIB 자금을 연계하여 활용한다.
-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 적합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를 개발한다.
미래 발전 방향과 정책 제언1. 전략적 파트너십으로의 발전한국과 AIIB의 관계는 단순한 출자국-국제기구 관계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 공동 이니셔티브 개발: 아시아 스마트시티 개발, 그린에너지 전환 등 분야에서 한국-AIIB 공동 이니셔티브를 개발한다.
- 지식 플랫폼 구축: 한국의 발전 경험과 AIIB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결합한 지식 공유 플랫폼을 구축한다.
- 혁신 허브 설립: 서울에 AIIB 혁신 허브나 지역 사무소 설립을 추진하여 한국의 역할을 강화한다.
2. 다자간 협력 체계 강화AIIB 활용 시 기존 다자개발은행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 ADB와의 시너지: 아시아개발은행과 AIIB 간 협조융자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대한다.
- 세계은행 협력: 세계은행의 지식과 경험, AIIB의 자금력을 결합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
- MDB 연합: 여러 MDB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한국의 조정자 역할을 강화한다.
3. 신기술 분야 협력 확대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기술 분야에서 AIIB와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 디지털 인프라: 5G, 클라우드, 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서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한다.
- 그린테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그린테크 솔루션을 AIIB 프로젝트에 적용한다.
- 스마트 모빌리티: 자율주행, 전기차, 스마트 교통시스템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한다.
4. 지역별 맞춤형 전략AIIB 프로젝트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지역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 동남아시아: 한국의 전통적 강세 지역인 동남아에서 AIIB 프로젝트 참여를 확대한다.
- 중앙아시아: 신북방정책과 연계하여 중앙아시아 AIIB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한다.
- 아프리카: 신남방정책의 연장선에서 아프리카 AIIB 프로젝트 진출을 모색한다.
결론: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AIIB는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이지만, 동시에 아시아 지역 발전과 글로벌 인프라 개발에 기여하는 다자협력 플랫폼이기도 하다. 한국은 AIIB 내에서 5위라는 상당한 지분과 영구이사국 지위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한국은 실용적이고 균형잡힌 접근을 통해 AIIB를 활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IB를 단순히 중국의 영향력 확장 도구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공동 발전과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의 플랫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AIIB와의 협력을 통해 다음과 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첫째,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서 한국의 존재감을 확대한다. 둘째,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심화하면서도 한국의 독자적 역할을 강화한다. 셋째, 한국의 우수한 기술과 경험을 활용하여 아시아 지역 발전에 기여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전략적 지원, 기업의 혁신적 접근,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AIIB와의 협력은 단기적 이익을 넘어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의 아시아 전략과 글로벌 위상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다. 상생과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한국은 AIIB와 함께 아시아의 번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진출처] www.aiib.org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