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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국 ODA의 전략적 전환: AI·문화 중심 K-ODA 브랜드화—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이 열어야 할 세 개의 문2026-02-26 21:00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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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ODA의 전략적 전환: AI·문화 중심 K-ODA 브랜드화

—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이 열어야 할 세 개의 문

2026년 2월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6차 국제개발협력위원회는 통상적인 연례 회의와는 결이 달랐다.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생중계된 이 자리에서 정부는 향후 5년을 관통할 「제4차 국제개발협력 종합기본계획(2026~2030)」을 공식 발표하며, 한국 ODA의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했다. '얼마나 줄 것인가'에서 '어떻게, 무엇으로 기여할 것인가'로의 전환이다. 그 선언 속에는 AI ODA, 문화 ODA, 제안형 ODA라는 세 개의 새로운 문이 놓여 있다. 문제는 문이 열려 있느냐가 아니라, 그 문을 실제로 통과할 수 있느냐다.

왜 지금, 이 전환인가

방향성 자체는 옳다. 2020년 3.4조 원에서 2025년 6.5조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한 ODA 규모에도 불구하고, 세계 13위 공여국의 위상에 걸맞은 성공 사례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41개에 달하는 무상 시행기관이 야기한 분절화와 중복, 정보 공개 미흡으로 인한 국민 신뢰 저하는 고질적 병폐였다. 이번 제4차 기본계획이 시행기관을 20개 이하로 통합하고 사업실명제와 기록이력제를 도입하며, 투입(Input) 중심에서 산출(Output) 중심의 성과관리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처방이다.

더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세계은행은 'One WBG' 통합 전략을 통해 공공과 민간 재원의 경계를 허무는 '오리지네이트 투 신디케이트(Originate to Syndicate)' 모델을 본격화하고 있다. ADB는 2026년부터 최저가 낙찰 방식에서 벗어나 품질·지속가능성·고용 창출을 종합 평가하는 'Merit Point Criteria'를 도입했으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인프라 투자 수요가 연간 1조 7천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OECD 주요 공여국들이 원조 예산을 삭감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이 질적 혁신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그 창은 오래 열려 있지 않다.

AI ODA: 가능성의 크기와 함정의 깊이

이번 기본계획에서 가장 주목받는 항목은 단연 AI ODA다. 한국의 강점 분야인 보건, 공공행정, 교육에 AI·ICT 기술을 접목하여 협력국 맞춤형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세계은행이 2026년 최대 화두로 'Small AI'—일상적이고 실용적인 AI 활용—를 제시한 것과 방향이 일치하며, 한국이 UN 전자정부 평가에서 3회 연속 1위를 차지한 디지털 거버넌스 경험은 협력국에 가장 설득력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함정도 깊다. AI ODA 추진전략은 2026년 상반기에야 수립될 예정이다. 비전은 선언됐으나 실행 설계도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광대역 통신망도, 안정적 전력 공급도 갖추지 못한 국가에 AI 플랫폼을 이식하는 것은 기술 협력이 아니라 전시 행정에 가깝다. KOICA와 민간 IT 기업의 실질적 협업 체계, 협력국의 로컬 역량 내재화(localization)까지 전략 설계에 포함될 때 비로소 AI ODA는 지속 가능해진다.

문화 ODA: K-콘텐츠의 힘, 그 이상이 필요하다

문화 ODA 신설은 한국만이 꺼낼 수 있는 카드다. K-드라마, K-팝, K-영화가 글로벌 청년층의 문화 소비를 재편하는 지금, 한국의 창조산업 노하우를 개발협력에 접목하는 발상은 차별화된 공여국 정체성 구축이라는 점에서 전략적 혜안이 담겨 있다. ADB와 세계은행의 최신 문화·창조경제 프로젝트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국가 브랜딩을 연결하는 복합 모델로 설계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다만 문화 ODA가 진정한 협력으로 작동하려면, 'K-콘텐츠 수출'의 외피를 걷어내고 협력국의 자생적 창조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콘텐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차이가 문화 ODA의 품격을 가른다. 협력국의 고유한 문화 정체성을 존중하는 '문화 주권' 원칙이 전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칫 문화 제국주의 논란으로 비화될 위험도 안고 있다.

제안형 ODA와 MDB 연계: 빠진 고리를 찾아라

이번 기본계획에서 가장 구조적인 변화는 '제안형 ODA(수요기반 공동기획형)'의 도입이다. 협력국의 요청을 기다리는 수동적 방식에서 벗어나 한국의 강점을 먼저 기획하고 제시하는 능동적 전환이다. 이는 ADB와 세계은행이 강조하는 'TA-to-Loan' 전략—기술지원(TA)으로 마스터플랜을 수립한 뒤 이를 대규모 차관(Loan) 프로젝트로 전환하는 방식—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그러나 제안형 ODA의 실질적 성과는 MDB 연계 전략 없이는 불완전하다. K-City 네트워크가 27개국 58건의 성과를 축적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돈을 쓰되 한국 기업은 수주를 못 하는" 역설이 반복된 이유는, KOICA-EDCF-수출입은행이 각자의 영역을 고수하는 분절 구조 때문이었다. ADB의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정보를 사전에 확보하고 한국의 강점 분야와 매칭하는 'ONE KOREA Development Partnership'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EDCF 유상원조가 ADB 차관과 공동 금융(Co-financing)으로 결합되고, KSP 정책 자문이 ADB 기술지원(TA)의 하위 구성요소로 편입되며, K-City 마스터플랜이 ADB Loan 제안서로 자동 전환되는 생태계—이것이 2030년 K-ODA가 그려야 할 진짜 그림이다.

한편 부산 선언이 천명한 '수원국 오너십(Ownership)' 원칙도 놓쳐선 안 된다. 제안형 방식이 진정한 파트너십으로 작동하려면, 협의 과정에서 수원국의 실질적 선택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제안'이 '강요'로 변질되는 순간 K-ODA는 글로벌사우스의 신뢰를 잃는다.

실행이 증명해야 할 세 가지 조건

이 청사진이 선언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구조조정의 법제도적 강제력이다. 41개 시행기관을 20개 이하로 줄이는 것은 부처·기관 간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이다. 시행기관 정비를 위한 법적 근거와 인센티브·패널티 구조가 명확히 설계되지 않으면, 이 계획은 한국 ODA 역사가 반복해온 '미완의 개혁'으로 남을 것이다. 두 번째는 예산 감소와 질적 혁신의 균형이다. 2026년 ODA 예산은 5.4조 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 원 감소했다. 재정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2030년까지의 예산 복원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으면 이번 계획의 신뢰성은 흔들린다. 세 번째는 실행의 일관성이다. AI ODA와 문화 ODA 추진전략은 2026년 상반기에 수립된다. 정권 교체나 담당자 이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제도적 연속성이 K-ODA 브랜드의 신뢰를 쌓는 유일한 방법이다.

선언은 충분했다, 이제 증명의 시간

K-ODA 브랜드화의 성패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AI와 문화라는 한국의 비교우위가 협력국의 실질적 발전 수요와 얼마나 깊이 연결되는가. 제안형 ODA가 수원국의 주체성을 존중하면서도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실현하는 균형을 찾는가. 시행기관 구조조정과 사업실명제라는 내부 혁신이 제도적 관성을 이겨내는가.

세계은행 운영담당 안나 비에르데(Anna Bjerde) 전무이사는 2026년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모든 것이 정렬되어 있다. 내부 일관성과 파트너십이 준비되어 있다. 이제 진전을 이룰 기회를 갖고 있다." 이 말은 한국 ODA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26년은 제4차 기본계획의 첫 해이자, K-ODA가 '규모의 공여국'에서 '가치와 혁신의 공여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할 결정적 출발점이다. 연대의 손길은 멈추지 않되, 그 방식은 더욱 정교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선언은 충분했다. 이제는 실행이 증명해야 할 차례다.


[그림 1] 출처 : Yonhap News | Korea seeks aid reform to boost efficiency, Global South 
[그림 2] 출처 : 코리아넷 | 한국, AI · 문화 분야로 ODA 확대추진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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