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스마트시티와 민간참여 개발협력: 아시아 도시화 시대의 새로운 협력 모델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구현되는 혁신적 개발금융의 현장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협력 패러다임21세기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도시화 속도는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아시아개발은행에 따르면 203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매년 4천만 명이 새롭게 도시 거주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메가 어바나이제이션 시대에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다자개발금융이 만나 창출하고 있는 협력 모델은 전통적인 개발원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단연 '민간부문참여(Private Sector Engagement, PSE)'다. 공적개발원조만으로는 충족하기 어려운 막대한 개발 수요를 민간의 자본과 기술력으로 보완하려는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시티 분야는 이러한 민간참여 개발협력 모델의 가장 성공적인 실험장이 되고 있다. '도시수출 1호' 프로젝트에서 보는 통합적 접근법2024년 7월 한국 정부가 발표한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 프로젝트는 민간참여 개발협력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 총 4조 6천억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건설 수주를 넘어 건설·설계·교통·IT를 망라한 K-스마트시티 패키지 진출의 성격을 띤다. 주목할 점은 사업 추진 방식이다. LH공사가 주도하되 삼성전자 등 민간 대기업이 K-산업단지 형태로 참여하는 공공-민간 연합 모델을 채택했다. 이는 전통적인 시공 위주의 해외 건설 진출에서 벗어나 도시개발 전문기관이 사업을 총괄하면서 민간기업의 기술력과 자본력을 효과적으로 결합한 사례로 평가된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프로젝트가 창출하는 순환적 가치 구조다. 스마트시티 건설을 통해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 거점을 확보하고, 이것이 다시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일회성 원조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기후기술과 혁신금융의 만남한국의 민간참여 개발협력은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도 혁신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올해 아시아개발은행 시범사업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에 수출된 한국의 '탄소공간지도' 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선도소프트웨어 등 국내 IT 기업이 개발한 이 기술은 도시 탄소배출 분석과 기후행동계획 수립에 활용되며, ADB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이 창립회원국으로 참여한 아태 지역 기후 대책 혁신 금융 기구(IF-CAP)의 역할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2025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제58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글로벌 공공재' 지원 확대 등 향후 ADB의 발전 방향을 제안했다. 정부는 ADB가 신설한 아태지역 혁신금융기구(IF-CAP)에 1억달러를 출연하고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후기술 허브(K-Hub)를 국내에 설립하기로 했다. 이는 전통적인 국제개발은행의 1대1 대출 방식을 혁신한 것으로, 한국전력공사의 그린수소 기술, 한국수력원자력의 SMR 스마트 넷제로시티 모델, 분산형 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 등이 주요 수혜 대상이 되고 있다. 정보 비대칭성 해소와 비즈니스 생태계 구축민간부문참여 개발협력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정보 비대칭성 해소다. 민간기업들이 다자개발은행의 복잡한 조달 시스템과 프로젝트 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효과적인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이 매년 ADB 연차총회 기간 중 개최되는 '프로젝트 플라자'다. 2023년에는 150여 명의 정부·기업·국제기구 관계자가 참여해 연간 4조원 규모의 ADB 발주 정보를 공유했다. 서울로보틱스 등 한국의 스마트시티 혁신 기업들이 자사 기술을 직접 소개하고 해외 발주처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것이다. 이러한 플랫폼의 효과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선다. 한국수출입은행과 ADB 간 협조융자 규모가 7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186% 증가한 것이나, 수출입은행과 신용보증기금(CGIF)이 한화솔루션의 10억 위안 규모 그린본드에 대해 50:50 위험분담으로 공동보증을 제공한 사례 등은 모두 이러한 네트워킹의 결과다.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검증받는 한국 모델한국의 스마트시티 모델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두며 그 효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MRT 프로젝트는 현대로템의 한국형 도시철도 시스템이 ADB 차관과 일본 JICA의 협조융자라는 혁신적 금융 구조와 결합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3,345억 달러 규모 신수도 이전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주목받는 배경이 되고 있다. 필리핀에서는 2021년 K-City 네트워크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클락 스마트시티 타당성조사가 개발컨설팅과 후속 투자를 연계하는 단계적 접근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KOICA 무상원조를 통한 타당성조사 및 마스터플랜 수립, EDCF 차관을 활용한 인프라 건설 금융 지원, 그리고 한국 기업의 직접투자 및 운영권 참여로 이어지는 3단계 전략이 그것이다. 혼합금융과 ESG 투자의 융합국제개발협력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트렌드는 혼합금융(Blended Finance)의 확산이다. 공적개발원조, 개발금융기관의 양허성 금융, 그리고 민간투자가 단계적으로 결합되는 3층 구조 금융 모델이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활발하게 실험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 탄소공간지도 사례를 보면, ADB 기술협력 자금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민간 기업의 R&D 투자로 기술을 개발한 후,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주변국으로 확산하는 단계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위험도가 높은 초기 단계에서는 공적 자금이, 상업적 수익성이 확보된 단계에서는 민간 자본이 투입되는 효율적 자원 배분 모델이다.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 관점에서도 스마트시티는 매력적인 분야다. 탄소중립 도시 설계와 에너지 효율 최적화(환경), 디지털 포용성을 고려한 서비스 설계와 지역 주민의 삶의 질 향상(사회), 투명한 도시 운영과 시민 참여 플랫폼 구축(거버넌스) 등이 모두 통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30년을 향한 전략적 과제ADB의 Strategy 2030과 연계하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 스마트시티 시장은 급격한 성장이 예상된다. 2030년까지 아시아 인프라 투자 수요가 연간 1조 7천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마트시티 관련 투자는 전체 인프라 투자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기반 강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전담 조직 신설, 정책금융기관 간 협력체계 고도화, 국제기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등이 시급한 과제다. 금융 혁신도 지속되어야 한다. 스마트시티 전용 블렌디드 파이낸스 상품 개발, 임팩트 투자 및 그린본드 시장 활성화, 현지통화 조달 및 환율위험 관리 체계 구축 등을 통해 민간기업의 참여 장벽을 낮춰야 한다. 기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K-스마트시티 표준 및 인증 체계의 국제화, 핵심 기술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 맞춘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특히 AI와 IoT 융합, 디지털 트윈, 블록체인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의 선도적 지위 확보가 중요하다. 새로운 개발협력 패러다임의 출현한국의 스마트시티 해외진출 사례들은 전통적인 개발원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간부문개발, 민간부문참여, 민관협력, ESG 투자, 임팩트 투자 등의 개념들이 학술적 이론을 넘어 실제 프로젝트에서 구현되면서 지속가능한 개발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특히 정부간 협력을 기반으로 한 민간기업의 기술력과 다자개발은행의 금융력이 결합된 모델은 일회성 원조 사업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지속가능성을 보여준다. 베트남 박닌성 동남신도시와 우즈베키스탄 탄소공간지도 사업은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성공 사례로서, 향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추진될 개발협력 프로젝트의 표준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한국의 스마트시티 해외진출이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모델의 전파라는 더 큰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개발효과성과 상업적 성과의 균형을 추구하는 정교한 전략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이는 곧 21세기 민간참여 국제개발협력의 미래 모습이기도 하다.
참조문헌 - 기획재정부 (2023).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계기, '프로젝트 플라자'로 국내 기업의 해외 수주를 지원한다」. 보도자료.
- 국토교통부 (2024).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 정책발표자료.
- 국토교통부 (2025). 「2025 스마트시티 해외진출전략」. 정책보고서.
- 한국국제협력단(KOICA) (2024). 「2024년 시민사회협력프로그램 공모 안내」. 사업공고.
- 한국수출입은행 (2024). 「EDCF 국가별 사업정보」. 분기별 발표자료.
- 외교부 (2016). 「지속가능개발을 위한 민간 참여형 개발협력」. OECD 대표부 정책자료.
- 아시아개발은행(ADB) (2023). 「Q&A: 아태 지역 기후 대책 혁신 금융 기구 (IF-CAP)」. ADB 공식 발표자료.
- 아시아개발은행(ADB) (2023). 「ADB 민간사업부, 기후대책 및 식량안보 지원 강화」. 보도자료.
- 아시아개발은행(ADB) (2024). 「Private Sector Operations in 2024」. 연차보고서.
-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2016).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민간참여: DAC로부터의 교훈」. 정책보고
-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2023). 「아세안(ASEAN) PPP 진출전략」. 정책보고서.
- 한국에너지공단 (2025). 「2025 ADB ACEF 20주년 기념 포럼 성과보고서」.
-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2019). 「MDB를 활용한 ODA 활성화 방안: PPP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 국토연구원 (2022). 「스마트도시 해외진출 성과제고 방안」. 정책연구보고서.
- 한국개발연구원(KDI) (2023). 「해외건설사업 수주에 공공 역할 강화와 도시개발 특화진출」. 정책분석.
[그림 1] 출처: 서울경제: ADB, '기후은행'거듭난다…IF-CAP 출범 [그림 2] 출처: Asian Development Bank: 아시아개발은행 기후 대책 인포그래픽 [그림 3] 출처: KIND: K-City Network Partner countries [그림 4] 출처: 국토교통부: 도시개발사업-EDCF 연계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