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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원조 종말론 시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생존 전략2025-09-02 22:33
작성자 Level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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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종말론 시대, 한국이 선택해야 할 생존 전략

서구 공여국 대탈출 속에서 중견국 리더십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때

60년간 지속된 서구 주도 원조 체제가 붕괴하고 있다. 트럼프 2.0의 충격파와 유럽 보수주의의 확산으로 글로벌 원조가 '종말론'을 맞고 있는 지금,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지난주 발표된 2026년 예산안에서 우리 정부의 ODA 예산이 22% 삭감(2조 1,852억원)된 것은 국제적 맥락에서 볼 때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이 USAID를 사실상 해체하고, 독일·영국·프랑스 등 전통 공여국들이 줄줄이 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글로벌 원조 위기' 속에서 한국도 예외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60년 원조 질서의 대붕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원조 위기의 규모는 전례가 없다. 2024년 글로벌 ODA가 5년 만에 처음으로 7.1% 감소했고, OECD 전망에 따르면 2027년까지 최대 25%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특히 심각한 것은 주요 공여국들의 동반 삭감이다. 지난 10년간 전체 ODA의 3분의 2를 담당했던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2년 연속 삭감을 단행하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자국민 우선주의'와 '재정건전성'을 명분으로 해외원조보다 국방비 증대를 선택하고 있다.

그 결과 개발도상국들이 절망적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최빈국(LDC)은 2025년 양자 ODA 13~25% 감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16~28% 감소, 보건 분야는 19~33% 감소가 예상된다. 말라리아·결핵·HIV/AIDS 퇴치 프로그램들이 중단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한국의 현실: 축소 압박과 기회의 공존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2026년 ODA 예산 22% 삭감은 국제적 흐름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한국에게 전례 없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2024년 39.4억 달러 규모의 ODA를 제공하며 OECD DAC 30개국 중 13위에 올랐다. 규모로는 미국(640억 달러)이나 독일(280억 달러)에 비해 작지만,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한 세계 유일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위치에 있다.

위기를 기회로: 한국의 3대 전략적 대응

1. 전략적 포지셔닝: '제3의 길' 리더십 확보

서구 공여국들의 철수로 생긴 공백을 메우면서도, 단순한 대체재가 아닌 새로운 개발협력 패러다임의 창조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일본의 전통적 접근법과 중국의 경제협력 모델 사이에서 '한국형 제3의 길'을 제시할 절호의 기회다.

특히 27개 중점협력국에서 한국의 독특한 경험—개발독재에서 민주화로,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은 다른 어떤 국가도 제공할 수 없는 차별화된 가치다.

2. 분야별 선택과 집중: 디지털·도시·인프라 트라이앵글

예산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모든 분야에 고르게 지원하기보다 한국의 비교우위가 확실한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전자정부·디지털 전환 분야에서는 이미 구축된 레퍼런스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페루 디지털정부협력센터, 베트남 꽝남성 스마트시티 사업 등을 발판으로 아시아·CIS·아프리카·남미 전 지역에서 '한국 표준'을 확산시켜야 한다.

도시개발·인프라 분야에서는 스마트시티 통합 솔루션을 핵심 무기로 삼아야 한다. 인도네시아 신수도 누산타라, 우즈베키스탄 뉴 타슈켄트, 케냐 콘자 테크노폴리스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3. 협력 모델 혁신: ODA 2.0 시대의 개막

전통적인 일방적 원조 모델에서 벗어나 상호 협력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KOICA의 무상원조, EDCF의 유상원조, KIND의 민간투자를 패키지로 묶은 '코리아 패키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삼각협력(Triangular Cooperation)의 가능성이다. 한국-일본-동남아시아, 한국-호주-태평양도서국, 한국-독일-아프리카 등의 협력을 통해 단독으로는 불가능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지역별 맞춤형 전략

아시아 지역에서는 기존 협력 기반을 확대·심화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INA Digital 플랫폼 연계 전자정부 솔루션 제공, 베트남 전자정부 시스템 확대, 몽골의 디지털 행정 정비 등에서 이미 구축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지역 허브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CIS 지역에서는 우즈베키스탄의 '디지털 우즈베키스탄 2030' 및 UZINFOCOM 구축, 카자흐스탄의 Smart City Reference Standard 등 정부 주도 대형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IT Park 등 현지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한 진출 전략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케냐 콘자 테크노폴리스(한국형 스마트시티), 나이지리아 국가 디지털경제정책(NDEPS), 남아공 국가 스마트시티 프레임워크 등과 연계해 ODA와 EDCF를 혼합한 대규모 패키지 지원을 추진해야 한다.

남미 지역에서는 멕시코의 국가 디지털전환(Plan Mexico, Llave MX), 콜롬비아·페루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에서 한국의 ICT 강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30 로드맵: 중견국에서 원조 강국으로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다음과 같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 ODA 규모 세계 10위권 진입 (현재 13위)
  • 비구속성 원조 비율 80% 이상 달성 (현재 66.4%)
  • 아시아개발은행(ADB) 내 영향력 확대를 통한 지역 리더십 구축
  • 중견국 연대체(한국·호주·캐나다·네덜란드) 구축으로 집단 리더십 발휘

마치며: 선택의 시간

트럼프와 유럽 보수주의자들이 만든 위기 앞에서 한국은 두 가지 선택지에 직면해 있다. 서구 공여국들처럼 원조를 축소하며 '자국 우선주의'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이 기회를 활용해 새로운 개발협력 패러다임의 리더로 부상할 것인가?

한국의 선택은 단순히 우리나라의 미래만이 아니라 글로벌 개발협력 질서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 60년간 지속된 서구 주도 체제가 붕괴하는 이 전환기에, 한국이 보여줄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기는 곧 기회다. 문제는 그 기회를 잡을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한국 ODA가 도약할 때다.


참조문헌

 1.기획재정부 (2025). 「2026년도 예산안」. 

 2. 외교부 (2025). 「2026년 외교부 예산안 국회 제출」. 보도자료. 8월 29일.

 3. 국무조정실 (2025). 「2025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4. OECD (2025). "Cuts in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Full Report". OECD Publishing.

 5. World Bank (2025). "Development Finance Trends 2024-2025".

 6. Devex (2025). "Devex Newswire: Looking Back at 2024 While Preparing for 2025". December 17.

 7.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25).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해외원조 중단이 국제개발협력에 미칠 영향과 시사점」. KIEP 오늘의 세계경제 Vol.  25 No. 4.

 8.국토교통부·KOTRA (2025). 「2025 스마트시티 해외진출전략」.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9. Development Policy Centre (2025). "Burden-shedding: The Unravelling of the OECD Aid Consensus". 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10. Center for Global Development (2025). "Charting the Fallout of Aid Cuts: Which Countries Will be Hit Hardest".

11. Munich Security Conference (2025). "Too Big to Fill: Gaps in Development Finance Post-USAID".

12. KBS 뉴스 (2025). 「남북협력기금 늘리고 북한인권 예산 삭감…ODA 예산 손질」. 8월 29일.

13. 공공데이터포털 (2025). 「한국국제협력단_KOICA 국가별 지원실적」.

14. ODA Korea (2025). 「우리나라 ODA 지원현황: 국별현황」.


[그림 1] 출처Portal GOV.SI:  High-Level Meeting of the OECD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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