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형 스마트도시 플랫폼의 ITU-T 표준 제정: 국제개발협력 생태계 재편의 신호탄K-스마트시티가 글로벌 표준이 되다: 기술주권에서 개발협력 리더십까지
들어가며: 기술표준의 지정학적 의미2025년 9월 15일, ITU-T SG20에서 한국의 "스마트도시 플랫폼의 실시간 이벤트 모니터링 및 통합 관리(EMM)" 시스템이 국제표준으로 제정되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인정을 넘어 글로벌 스마트시티 생태계에서 한국이 '룰 메이커(Rule Maker)'로 부상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국제표준화의 진정한 가치는 시장 선점에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기술의 표준 선점자는 관련 디바이스와 서비스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 한국이 2015년부터 10년간 투자해온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이 마침내 국제무대에서 공식 인정받으면서, K-스마트시티의 글로벌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완성되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번 표준 제정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미칠 파급효과다. 108개 국내 지자체와 필리핀·중국·인도네시아·터키 등 해외에 이미 구축된 플랫폼들이 이제 국제표준이라는 '품질보증서'를 갖게 되면서, 개발도상국 대상 스마트시티 ODA 사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국형 통합플랫폼의 기술적 차별성한국의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은 배경에는 뚜렷한 기술적 차별성이 있다. 무엇보다 '통합성(Integration)'에 대한 한국적 접근이 핵심이다. 기존 서구의 스마트시티 솔루션들이 개별 도메인(교통, 방범, 방재 등)별로 분절된 접근을 취한 반면, 한국 모델은 처음부터 도시 전체의 상황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플랫폼 사고에서 출발했다. 이는 한국 도시의 고밀도·복합기능 특성과 정부 주도의 체계적 도시개발 경험이 만들어낸 독특한 결과물이다. EMM 플랫폼의 4대 핵심 기능을 살펴보면 이런 통합적 접근의 장점이 드러난다: - Event Broker: 이해관계자 간 실시간 현황 공유 및 다양한 데이터 수집
- Event Handler: 이벤트 유형 결정 및 추적 관리
- Real Time Event Monitor: GIS·카메라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 Workflow Manager: 데이터 제공 및 플랫폼 설정 관리
특히 GIS 기반의 단일 아이콘 형태 상황정보 시각화는 재난이나 긴급상황 발생 시 담당자의 신속한 대응을 지원하는 핵심 기능으로, 이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이 도시 안전관리 체계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다. 국제표준화 과정에서 드러난 다자주의 외교의 힘이번 표준 제정 과정은 한국의 다자외교 역량을 보여주는 모범 사례기도 하다. 2021년 ITU-T SG20에 신규 표준화를 제안한 이후 약 3년간 스페인·일본·중국 등 47개 회원국과의 협력을 통해 표준 요구사항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온 과정이 그것이다. 국제표준화는 기술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각국의 서로 다른 기술 환경과 규제 체계,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섬세한 외교력이 필요하다. 한국이 이 과정에서 보여준 '포용적 접근(Inclusive Approach)'은 향후 다른 분야의 국제표준화 추진에도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될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과의 협력이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도 스마트시티 분야에서는 한국이 양국 간 가교 역할을 하며 표준화를 성사시킨 것은 기술외교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을 만하다. 개발도상국 도시화와 한국 모델의 적합성유엔 해비타트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도시 인구가 6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의 도시화 속도는 가파르다. 이런 메가 어바나이제이션 시대에 한국의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이 주목받는 이유는 개발도상국의 현실에 적합한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스마트시티 모델은 대부분 기존 도시 인프라가 잘 갖춰진 환경을 전제로 한다. 반면 한국 모델은 급속한 도시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도시 문제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는 1960~80년대 한국의 압축 성장 과정에서 축적된 도시 관리 노하우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한국 플랫폼이 구축된 K-City 네트워크 해외 사례들을 보면 이런 적합성이 입증된다: - 필리핀: 마닐라 메트로의 교통 혼잡과 홍수 관리를 통합적으로 해결
- 중국: 천진의 지속 가능하고 효율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을 위해 첨단 기술과 실시간 데이터 활용
- 인도네시아: 바뉴마스의 자연재해·환경·교통 문제 대응
- 터키: 앙카라, 가즈안텝의 복합적 도시 재난, 교통관리 대응 체계 구축
이들 도시는 모두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를 경험하면서 복합적 도시 문제에 직면한 공통점이 있다. 한국의 경험이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적용 가능한 이유다. ODA 사업에서의 전략적 활용 방안국제표준 제정으로 한국의 스마트시티 ODA 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술의 신뢰성과 호환성이 국제적으로 보장됨으로써 수원국들의 도입 부담이 현저히 낮아졌다. KOICA와 EDCF를 통한 스마트시티 사업에서 이번 표준화의 활용 가능성은 다음과 같다: 기술협력 차원: - 표준 기반 기술이전으로 지속가능성 확보
- 현지 기술진 교육 프로그램의 체계화
- 남남협력을 통한 제3국 확산 가속화
개발금융 차원: - 국제표준 준수로 리스크 프리미엄 축소
- 다자개발은행(MDB) 공동 융자 시 선호도 제고
- 민간투자 유치를 위한 신뢰도 향상
제도적 협력 차원: - 수원국 정부의 스마트시티 마스터플랜 수립 지원
- 관련 법제도 정비를 위한 컨설팅 확대
- 도시간 네트워킹을 통한 지식 공유 플랫폼 구축
아시아개발은행(ADB)과의 전략적 파트너십한국의 스마트시티 표준화 성과를 국제개발협력에서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자개발은행과의 협력이 핵심이다. 특히 아시아개발은행(ADB)의 Strategy 2030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ADB는 2030년까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한 도시 개발을 위해 연간 1조 7천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 중 스마트시티 관련 투자는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이미 ADB와 다양한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IF-CAP(아태 지역 기후 대책 혁신 금융 기구): 1억 달러 출연
- 한국-ADB 협조융자: 7억 달러에서 20억 달러로 186% 증가
- 우즈베키스탄 탄소공간지도 사업: 한국 기술의 ADB 시범사업 채택
이번 국제표준 제정으로 이런 협력의 질적 도약이 가능해졌다. 특히 표준화된 한국 기술을 ADB 프로젝트에 패키지로 적용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기대된다. 중견국 리더십과 글로벌 거버넌스한국의 스마트시티 표준화 성공은 더 큰 의미에서 중견국의 글로벌 거버넌스 참여 방식에 대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전통적으로 국제표준은 미국·유럽·일본 등 기술 선진국이 주도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 경험과 개발도상국 현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줬다. 이는 '포용적 기술표준화(Inclusive Technology Standardization)'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기술 선진국의 일방적 표준 제시가 아니라, 실제 사용자인 개발도상국의 니즈를 충분히 반영한 표준을 만드는 접근법이다. 한국이 앞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들: - 디지털 헬스케어: K-방역 모델의 표준화
- 그린 스마트시티: 탄소중립 도시 관리 체계
- 디지털 거버넌스: 전자정부 3.0 모델의 국제화
- 스마트 모빌리티: K-교통 시스템의 글로벌 확산
민간부문참여(PSE) 생태계 구축국제표준 제정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민간부문참여 개발협력 생태계 구축에 있다. 표준화로 기술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민간기업들의 해외 진출 리스크가 현저히 낮아졌다. 한국의 스마트시티 생태계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이 균형있게 발전한 특징이 있다. 삼성·LG·네이버 같은 대기업의 SI ICT 통합 역량과 이에스이·서울로보틱스·선도소프트같은 전문기업의 플랫폼 및 특화 솔루션이 결합된 구조다. 이번 표준화로 이런 생태계 전체의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패키지 딜(Package Deal) 가능성이다. 플랫폼 구축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한국 기업 컨소시엄이 담당하는 종합적 접근이 가능해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연계한국의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과 에너지 효율 최적화 기능을 통해 도시 차원의 탄소 배출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중 목표 11(지속가능한 도시와 공동체)과 목표 13(기후행동)의 통합적 달성에 한국 모델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 - 탄소배출량 실시간 모니터링: 도시 단위 배출량 추적 및 관리
- 에너지 효율 최적화: 건물·교통·조명 등 통합 에너지 관리
- 기후 리스크 대응: 극한 기상현상에 대한 조기경보 및 대응 체계
- 시민 참여 플랫폼: 기후행동에 대한 시민 참여 촉진
이런 기능들이 국제표준으로 인정받으면서,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 솔루션을 도입할 때 한국 모델을 우선 검토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과제와 전략적 방향국제표준 제정이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기술적 과제: - 차세대 기술(AI, IoT, 블록체인 등) 융합 모델 개발
- 사이버보안과 개인정보보호 강화
-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 확대
제도적 과제: - 해외진출 전담 조직 및 지원체계 고도화
- 정책금융기관 간 협력 메커니즘 구축
- 국제기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인적 과제: - 스마트시티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
- 현지 기술진 교육을 위한 체계적 커리큘럼 구축
- 민관 전문가 네트워크 활성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다. 스마트시티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이며,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되는 국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마치며: 기술주권에서 개발협력 리더십으로한국의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이 ITU-T 국제표준으로 제정된 것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를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다. 이는 한국이 '기술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기술 선도자(First Mover)'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적 성과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한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한국이 받았던 개발협력의 경험과 현재의 기술 역량이 결합되어, 개발도상국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협력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과제는 이런 성과를 지속가능한 개발협력 생태계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일회성 기술 수출이 아니라, 현지 역량 강화와 기술 이전을 통한 자립적 발전을 지원하는 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21세기 도시화 시대에 한국의 스마트시티 기술과 개발협력 경험이 결합된 'K-스마트시티 모델'이 글로벌 도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이번 국제표준 제정이 그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참고문헌 - 국토교통부 (2025). 「우리 기술로 만든 '스마트도시 통합플랫폼 국제 표준' 제정」. 보도자료.
- ITU-T (2025). Requirements for Real-Time Event Monitoring and Integrated Management (EMM) in Smart City Platforms. ITU-T Recommendation.
- UN-Habitat (2024). World Cities Report 2024: Urban Transform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United Nations.
- 아시아개발은행(ADB) (2024). Strategy 2030: Achieving a Prosperous, Inclusive, Resilient, and Sustainable Asia and the Pacific. ADB Publications.
- 외교부 (2025). 2024년 한국 공적개발원조(ODA) 실적 및 2025년 계획. 외교부 보도자료.
- KOICA (2024). 스마트시티 분야 국제개발협력 성과보고서. 한국국제협력단.
- 한국수출입은행 (2024). EDCF 스마트시티 지원사업 현황. 대외경제협력기금 연차보고서.
- 국토연구원 (2024). 스마트도시 해외진출 활성화 방안 연구. 국토연구원 연구보고서.
- OECD (2024). Smart Cities and Inclusive Growth. OECD Urban Development Studies.
- McKinsey Global Institute (2024). Smart Cities: Digital Solutions for a More Livable Future. MGI Report.
[그림 1] 출처: 국토교통부: 한국의 스마트시티 국제표준화 추진 [그림 2] 출처: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표준 제정의 의미와 과정 [그림 3] 출처: 국토교통부: K-스마트시티의 해외진출 및 국제협력 현황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