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ltural ODA × Smart City: 한국형 융합개발모델의 새로운 가능성
국제개발협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의 도시화, 기후위기, 문화유산 훼손, 관광산업 구조 변화는 기존의 인프라 중심 개발만으로 대응이 불가능한 복합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화ODA는 더 이상 주변적 영역이 아니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실행하는 핵심 수단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문화유산 보존과 디지털·도시기술이 결합될 때,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협력 모델이 등장한다.
최근 KOICA 62회 개발협력포럼에서 제기된 문화ODA 논의는 문화의 가치가 경제·사회·도시의 변화를 견인하는 동력임을 강조한다. 동시에, 문화교류가 공여국의 일방적 홍보나 문화적 우월성을 강화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탈식민주의적 비판도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 필요한 것은 문화 자체의 보존이나 콘텐츠 확산이 아니라, 문화·기술·도시전략이 통합된 상호협력형 개발모델이다. 이 지점에서 Cultural ODA와 Smart City ODA의 융합은 한국 ODA의 차별화된 전략 축이 될 수 있다.
문화유산은 단순한 보존 대상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과 경제 기반을 구성하는 핵심 인프라다. 개발도상국의 역사도심과 문화유산은 무분별한 도시개발, 관광객 급증, 기후위기로 인해 지속적인 훼손 위험에 놓여 있다. 동시에, 문화유산은 도시브랜딩, 관광수입, 지역 창업과 콘텐츠 산업의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이다. 한국이 구축해 온 박물관·문화유산 디지털화 경험과 스마트시티 기술은 이러한 복합적 개발 수요에 최적의 형태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제공한다.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문화유산 관리체계는 이미 여러 국가에서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3D 스캔과 디지털 트윈 기반의 복원 기술, AI를 활용한 훼손 예측 모델, IoT 기반 방문객 관리 시스템은 문화유산 보존뿐 아니라 도시 운영과 관광 활성화까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기술적 접근은 전통적 보존 방식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개발도상국의 인력 부족과 관리 시스템 미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해법이 된다.
문화와 스마트시티의 융합은 관광·창업·교육·환경 분야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데이터 기반 스마트 관광은 지역경제에 직접적 기여를 가능하게 하고, 문화콘텐츠 산업은 청년의 일자리 창출과 창업 생태계 형성에 기여한다. 또한 전통지식·지역문화가 반영된 기후·환경 정책은 주민 참여와 공동체 기반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수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SDGs 4.7(문화교육과 지속가능발전)·8.9(지속가능 관광)·11.4(세계문화⋅자연유산 보호) 등과 직결되며, 국제사회의 문화주류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은 ICT 기반 도시관리, 디지털 행정, 문화콘텐츠 산업, 스마트 관광 등 다층적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다. 이 역량을 문화ODA에 결합하면 공여국 중심의 홍보 모델을 넘어서, 수원국의 문화주권·도시역량·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지원하는 구조적 모델을 제공할 수 있다. 페루 리마 역사문화지구, 캄보디아 앙코르유적, 중미 자연보호지역 등 기존 한국 ODA 사업에 스마트시티 기술을 확장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한국형 문화ODA의 경쟁력은 크게 강화될 것이다.
문화유산은 도시의 과거이자 미래다. 그리고 스마트시티 기술은 그 미래를 구체화하는 도구다. Cultural ODA × Smart City 융합은 개발도상국 도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새로운 접근이며, 동시에 한국이 국제개발협력에서 전략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차별화된 모델이다.
한국 ODA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문화와 기술, 과거와 미래, 도시와 시민을 연결하는 통합형 개발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미래지향적인 ODA의 모습이다.
[그림 1] 출처: World Bank: 문화유산과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2000-2013) [그림 2] 출처: World Bank: 문화유산, 도시재생, 지속 가능한 관광을 이용한 두가지 목표:서울의 교훈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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