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이 ‘AI G3’, 즉 세계 3대 인공지능 강국을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11월 12일 고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 제 11회 글로벌 ICT 리더십 포럼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AI 국가전략은 기술혁신을 넘어 산업과 사회, 그리고 국제협력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한다. AI 기본법과 디지털포용법의 시행(2025년 1월), 국가 AI전략위원회 출범(9월), AI 투자 30% 확대(2026년) 등 일련의 조치는 정부가 AI를 국가 성장의 핵심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변화는 정부나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간기업, 특히 스마트시티와 국제개발협력(ODA) 분야에서 활동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의 규칙이 열리고 있다.
AI와 디지털 혁신은 이제 도시, 교통, 에너지, 환경 관리의 기본 언어가 되었다.
정부는 AI 생태계 조성, 공공부문 AI 전환(AX), 글로벌 협력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이 방향에 발맞추려면 정책과 사업이 연결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스마트시티 사업에서는 도시 데이터를 통합하고, 교통·에너지·안전 시스템을 연계하는 AI 기반 솔루션을 통해 정부의 AX 전략과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다. ODA 영역에서는 KOICA, ADB 등과 협력하여 AI 기반 도시개발 및 공공서비스 혁신 프로젝트를 수원국에 제안함으로써 한국형 디지털 전환 모델을 실현할 수 있다.
AI 산업의 경쟁구도는 이제 모델과 반도체 중심의 생태계 경쟁으로 전환되고 있다. 기업은 자체 모델 개발에 매몰되기보다, 서비스·플랫폼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주요 AI 기업들과의 협력, 즉 ‘한국형 AI 플랫폼 + 도시 실증 프로젝트’ 형태의 파트너십이 현실적이면서도 빠른 진입 전략이다. 특히 ODA 사업에서는 인프라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저비용·고효율형 AI 솔루션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현지 맞춤형 AI 모델은 단순한 기술 수출을 넘어, 한국이 추구하는 포용적 디지털 협력과 공유번영의 가치를 구현하는 수단이 된다.
이번 정부 정책의 또 다른 핵심은 국제협력의 확장이다. 한국은 APEC 디지털·AI 장관회의, AI 글로벌 포럼, 한-아세안 디지털 혁신 플래그십 프로젝트 등을 통해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러한 국제 무대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은 단순한 수출기업이 아니라, ‘디지털 ODA 실행 파트너’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스마트시티, 교통, 에너지, 환경 분야의 기업이 AI 기반 솔루션을 통해 개발도상국 도시의 문제를 해결한다면, 그것은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확히 맞물리는 국제협력 모델이 된다.
AI 기본법과 디지털포용법이 강조하는 신뢰·윤리·포용의 가치 역시 기업이 반드시 내재화해야 할 핵심이다. AI의 윤리적 활용, 데이터 거버넌스 확립, 취약계층 접근성 확보는 단순한 사회적 책임을 넘어 경쟁력의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ODA와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는 ESG 경영과 직결되어 있으며, 디지털 격차 해소나 포용적 기술 확산은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고 있다. 기술 중심의 성장이 아닌 사람 중심의 AI 생태계로의 전환이야말로 진정한 혁신의 본질이다.
기업이 취해야 할 전략은 명확하다. 단기적으로는 공공 스마트시티 관련 AI 플랫폼을 기획하고,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하여 신기술 실증의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스마트시티 실증사업을 국내외에서 추진하며, ODA형 AI 프로젝트를 시범 운영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성과지표를 확보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K-AI 스마트시티 패키지’를 글로벌 브랜드로 발전시켜 수원국의 디지털 전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아세안과 아프리카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AI는 이제 기술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언어이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방향을 제시했고, 이제 기업이 그 실행의 주체로 나설 차례다. 스마트시티와 ODA 사업의 교차점에서 기업이 만들어내는 혁신이 곧 한국형 디지털 전환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다. AI 정책의 물결 위에서 선도적 기업만이, 한국이 지향하는 ‘AI 기반 공유번영의 미래’를 현실로 바꿀 수 있다.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