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 지속가능한 파트너십 시대를 열며
국제사회의 구조 변화가 한층 가속화되면서, 국제개발협력은 다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갈등과 불평등, 기후위기, 기술혁신까지 복합적 위기가 교차하는 오늘의 세계는 기존 방식의 원조를 넘어, 지속가능한 협력과 공동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새롭게 마련되는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은 단순한 행정 계획이 아니라, 향후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의할 기준점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계획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국가 차원의 최상위 전략으로, 관계 기관의 협업과 정책의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정책적 방향타 역할을 수행한다. 지금까지 각 기관과 사업이 흩어져 추진되어 왔던 구조적 한계를 넘어, 하나의 전략 아래에서 통합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할 제도적 토대를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통합적 전략체계로의 전환국제개발협력은 다양한 공공기관과 현지 파트너, 시민사회, 민간,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복잡한 생태계를 가진다. 이처럼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만큼, 연계가 원활하지 않으면 중복과 비효율이 반복되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새로운 기본계획은 바로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통합적 전략 구조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하나의 틀에서 설정하고, 그에 따라 사업의 기획과 집행, 평가와 환류가 일관적으로 이어지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과 기반의 책임성 강화그동안 국제개발협력 정책은 의도와 실행 사이의 간극이 컸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목표는 다양하게 제시됐으나 이를 실제로 달성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구조는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업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성과를 명확한 기준으로 관리하며, 평가 결과가 정책에 환류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은 앞으로 필수적인 과제가 되었다. 새로운 기본계획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실질적인 성과 기반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참여의 폭을 넓히는 협력 패러다임국제개발협력은 더 이상 공공의 영역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현장 경험을 가진 시민사회, 전문성을 갖춘 연구기관, 기술력을 보유한 다양한 민간 주체들은 이미 국제개발협력의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의 장을 열어 기본계획의 방향을 모색한 것 역시 이러한 변화의 일환이다. 앞으로의 개발협력은 단일 주체 중심의 방식이 아니라, 여러 참여자가 함께 정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다층적 협력 모델이 핵심이 될 것이다. 기후·도시·디지털 등 글로벌 아젠다 중심의 재편국제개발협력의 논의는 이제 기후변화, 도시화, 디지털 격차 등 글로벌 공공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후 대응, 탄소중립, 도시 회복력, 디지털 교육과 혁신 역량 강화 등은 앞으로 국제개발협력이 다루어야 할 핵심 과제가 된다. 이러한 이슈는 더 이상 개별 국가의 문제가 아니며,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해야 하는 영역이다. 새로운 기본계획은 이러한 변화에 맞춰,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정책을 강화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국제개발협력의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최근 국내외에서는 우리 개발협력 정책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사업의 기획 방식, 절차의 공개성, 평가의 독립성과 실효성 등에서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단지 비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개발협력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새로운 기본계획은 이를 바로잡고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책·전략·사업의 일관된 연결이 핵심그동안 국내 개발협력에서는 다양한 전략과 계획이 만들어졌으나, 상위 정책과 사업 현장이 충분히 연결되지 못한 채 각각 따로 움직이는 모습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위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비전과 목표가 실제 사업 설계와 집행 과정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 즉, 정책 방향–전략 수립–사업 현장–성과 관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실질적 구조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향해새롭게 수립되는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은 단순히 과거 계획의 연장선이 아니다. 이는 국제사회 속에서 국가가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연대와 협력을 실천할 것인지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복합적인 국제 환경 속에서 지속가능한 파트너십을 구축하려는 이번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가 될 것이다. 국제개발협력이 나아가야 할 길은 더 명확해지고 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기반으로 한 신뢰 회복, 국제적 가치와 규범에 부합하는 협력 구조, 기후와 도시문제를 포함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그리고 다양한 파트너와의 상생적 협력. 이러한 요소들이 비로소 지속가능한 국제개발협력의 미래를 여는 기반이 될 것이다. 이번 기본계획이 그러한 전환의 문을 여는 첫 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림] 출처: KOICA - 외교부와 한국국제협력단 공동 주최 2025 부산 글로벌 파트너십 포럼 이창호 | C2CP 대표컨설턴트 | 2025.11.28 |